올해 시즌이 끝나가는 시점이긴 하지만.. 장비를 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싸게 장비를 구할 수 있는 좋은 시기가 다가온다.
만약 이번에 장비를 맞춰보고자 한다면 필자의 주장을 한번 들어보면 장비 선택에 좀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상이 초보자들이고 개인적인 주장이라는 것을 먼저 강조한다.
1. 데크
어디가서 장비 뭐가 좋냐, 추천 좀 해달라 이런 거 하지 마라. 중복 투자 방지를 위해 처음부터 최상급 데크로 가라는 악마의 조언을 듣지 마라. 그들은 당신의 취향이나 현재 실력 등에 대해 전혀 모른다. (대부분 관심도 없을 것이다)
막상 스키장에 가면 누구도 당신이 무슨 장비를 쓰는지 관심 없다. 각 브랜드의 초보자용 데크 중 그래픽이 본인 취향에 맞는 모델로 싸게 구할 생각을 하라. 실력이 늘고 원하는 보딩 스타일이 나오면 그때 장비선택에 진지해지면 된다.
다시 강조하지만 비싼(주로 최상급 라이딩용) 데크를 쓴다고 실력이 빨리 늘지 않는다. 오히려 방해한다.
과거 헝그리보더에 어떤이가 본인은 카빙을 못하는 초보인데 데크를 커스텀X로 바꾸자 에어투카빙이 된다고 글이 올라와서 필자가 악플을 단적이 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는 것이었는데..
의외로 다른 댓글들이 커스텀X를 찬양하는 댓글들과 필자보고 당신은 무슨 근거로 저게 불가능하다고 하는 거냐며 되려 욕을 먹은 적이 있었다. 요즘 같으면 저런 글 올라오면 다들 비웃을 텐데.. 15년 전쯤에는 저런 장비사용기가 흔하던 시기였다.
저런 글에 혹해서 처음부터 비싼 상급자용 장비를 사는 사람이 없기를.
2. 바인딩
잠깐 쓰고 되팔 생각이 아니라면 가급적 스트랩 재질이 가죽으로 된 것은 피해라. 요즘 나오는 고무 비슷한 재질로 된 스트랩이 좋다. 장식이 요란하게 달린것도 피하자. 무슨 새로운 혁신적인 시스템이 도입되었다고 하는 바인딩들도 걸러야 한다.
여담으로 필자는.. 로봇 다리 시스템 같던 초기버전 K2 신치, 하이백 올리고 레버를 내려서 마무리하는 SP 브라더후드, 앵클 조이면 와이어로 토우도 잠기는 K2 오토, 앵클 조이면 와이어로 하이백이 당겨지는 살로몬 릴레이프로, 스프링 같은 게 덜렁거리는 버즈런 인업고 바인딩 등등 희한한 바인딩들 거진 다 써봤다.
무조건 단순한 기본 형태가 최고다.
구조가 단순하면서 가벼운게 좋다. 나사를 덮는 덮개가 없는 모델은 쳐다도 보지 마라.
그리고 인업고 시스템은 정말정말 비추.
바인딩은 장비 중 가장 오래 쓸 수 있는 장비라 투자를 좀 해도 괜찮다. 바인딩은 어지간하면 유명 브랜드로 가는 게 좋다. (개인적으로는 버튼 선호) 다만 오랫동안 이것저것 써보고 느끼는 것은 비싼 모델이 좋은 건 아니라는 것.
3. 부츠
샵에 가서 신어보던지.. 렌탈 등으로 대충 본인의 부츠 사이즈를 알았으면 브랜드 보지 말고 싸게 구할 수 있는 부츠들을 수집하듯이 사들이는 게 좋다. 가장 나에게 맞는 부츠를 찾아내는 수고를 해야 한다.
잘맞는 부츠를 찾아내는 것은 모든 보드장비 맞추는 것에 단언코 1순위다.
사이즈는 발가락이 구부러지지 않는 선에서 살짝 작다고 느껴지는 것이 좋다. 까치발을 했을때 발 뒤꿈치가 뜨면 안 된다.
부츠 불편하면 아예 보드를 탈 수 없다. 부츠를 사면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서 최소 30분쯤 신고 다녀봐야 한다.
필자가 멀리 스키장 가서 부츠 때문에 발이 너무 아파서 한번 타고 내려와 그대로 집에 돌아온 것만 두 번이다.
또 여담인데 보드 입문 초기.. 부츠를 고르다가 K2의 T1 모델이 한국인의 족형에 가장 잘 맞는다고 여기저기서 들려와서 해당 모델을 구입후 스키장에 갔었다. 집에서 잠깐 신었을때는 괜찮았는데.. 슬로프를 한번 내려오고 도저히 발이 아파 견딜 수 없어서 그냥 집으로 왔다. 이 시간과 비용이 도대체 얼마인가.. 스트레스에..
남의 부츠 사용기는 믿는거 아니다. 소문도 믿지 마라. 디자인도 가리지 마라.
끈 형태는 취향이지만 보아가 편하고 좋다. 보아 단점이 타다 보면 종아리 쪽이 풀리고 발등 쪽을 조이는 증상인데.. 종아리 쪽을 감싸는 벨트를 구해서 같이 쓰면 단점을 커버할 수 있다.
4. 옷
옷은 취향이지만 오래 쓰려면 바지는 좀 크게 입는 게 좋고 건빵 주머니가 있는 게 좋다. 많은 수납이 필요한 때가 온다.
보드복 재질이 다양한데 얇고 가벼운걸 사야 나중에 후회 안 한다. 추우면 껴입으면 된다.
색상은 젖었을 때 티가 덜나는 색상 추천.
5. 고글
무조건 알이 큰 게 기능적으로도 좋고 보기도 좋다. 렌즈 바꿔 끼는 건 엄청나게 귀찮은 일이다. 주야간 겸용 렌즈로 쓰자.
누구도 당신 고글을 보고 우와 예쁘다.. 하지 않는다. 어차피 고글은 생각보다 오래 못쓴다. 소모품으로 생각하고 비싼 제품은 피하자. 브랜드 신경 쓰지 말고.. 국산도 괜찮다.
안경을 쓰는 경우 안경 위에 고글을 쓰는 것은 비추다. 이 문제 때문에 고글 클립도 써보고 작은 안경을 고글 안에 껴보고 했는데 시야가 왜곡되고 불편해서 쓸 수가 없었다. 안경에 김이 서리는 문제도 심각.
안경을 꼈다면 바이저형 헬맷을 추천한다.
6. 보호대
일단.. 넘어지는 법은 배워야 한다. 뒤로 넘어졌을 때는 땅에 손을 짚으면 안 되고, 앞으로 넘어질 때는 미끄러지듯 넘어져야 한다.
엉덩이 보호대는 필수고 무릎 보호대는 선택, 손목 보호대는 절대 금지.
헬맷은 논쟁이 있을 것 같은데.. 초보때는 머리 다칠 일이 없다고 생각하긴 한다. 안전은 강조할수록 좋으니 하는 게 낫긴 하겠지만..
7. 양말
양말 중요하다. 두툼한 게 좋다. 부츠 착용감 중 절반은 양말이라는 생각도 든다.
부츠를 강하게 조이면 부츠 위쪽 부분 종아리가 아픈 경우가 있다. 부츠보다 긴 양말을 신어야 한다.
8. 장갑
이마트에서 두툼하고 방수될 것 같은 재질로 사면된다. 장갑도 소모품이다.
9. 기타
왁싱과 엣지 관리는 필요하다. 왁싱 관련해서는 별의별 의견이 많은데..
일단 왁스. 만원이면 평생 쓸 분량의 파라핀을 살 수 있다. 장담컨대 일반인은 파라핀과 고급 왁스를 발랐을 때의 차이를 구분 못한다.
온도 조절되는 다리미도 하나만 있어야 한다. (다리미는 왁싱 전용으로 따로 빼놓아야 한다)
필자는 초반에 토코에서 왁스, 구리솔, 스크래퍼, 코르크 등 세트로 맞춰서 한번 왁싱할 때마다 정성을 다해 셀프 왁싱을 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 검색하면 '왁싱 방법 안내'라고 나오는.. 왁스 제거제로 베이스를 닦아 낸 후 왁스 펴 바르고 하루 기다렸다가 스크래퍼로 긁어내고, 코르크로 정성스럽게 문지르고, 솔을 이용해 물길을 내고 어쩌고 하는 짓거리를 안 하고 그냥 다리미로 파라핀 골고루 펴 바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왁스를 긁어내고 물길을 내어 스피드를 올려야 하고 어쩌고..
왁스를 긁어내는 것은 왁스 찌꺼기 정리가 사람 지치게 한다. 그리고 솔직히 초보때는 데크가 빨라지면 오히려 싫지 않은가? 진짜로 솔로 긁으면 스피드가 빨라지는지도 의문이고.
긁어내지 않으면 라이딩 시 왁스가 덩어리채 떨어져 나간다는 소리도 있던데.. 그냥 무시하자.
왁스를 긁어내지 않으면 이물감이 느껴진다는 사람도 있던데.. 도대체 얼마나 예민하면 그걸 느낄 수 있는 거지..
엣지 관리를 위해서 다이아몬드 파일 하나 있으면 좋다. 특히 중고 데크 거래 시 엣지에 녹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슥슥 긁어내면 보기도 좋고 새 장비 쓰는 기분도 난다. 일반 숫돌로 대체 가능하다.
스텀패드는 초보라도 붙이기를 권장한다. 스케이팅은 할 줄 알아야 한다. 붙일 수 있는 미끄럼방지 실리콘 같은 거 다이소에서 대충 사서 붙여도 된다.
길게 썼는데 마무리로 정리 한번 해볼까.
데크는 초보자용으로 그래픽이 취향에 맞는 것, 바인딩은 단순한 거, 부츠는 최소 3개 이상 수집.
옷은 수납공간이 많고 날씨에 따라 겹쳐 입을 수 있는 형태로.
고글, 장갑 등 악세사리는 대충 싼 걸로. (자주 교환)
왁싱 및 단순 엣지 정비는 셀프로. 작업이 최대한 부담 안 가도록 간결하게.
도움이 되었기를.
'주인장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최근 논란중인 광고의 허용 범위 이슈 관련하여 (feat. 리뷰 이벤트) (0) | 2024.04.09 |
---|---|
모아타운은 투기인가 (3) | 2024.03.15 |
스노우보드 이야기 - (1)장비병을 앓고 있는 그대에게, 데크 편 (1) | 2024.02.07 |
오래간만에 글을 쓰게 만드는 파두 사건 (1) | 2023.11.14 |
교권 무너짐 현상. 해결 방안은 있는가 (0) | 2023.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