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장 스토리

수익률 대결 플랫폼의 추억

레전후 2023. 2. 9.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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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전문가에 대한 글을 쓰자니 자연스럽게 나오는 결말이..

본인의 주장이 틀렸거나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었다면 사죄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문장이 저절로 써지는 모습을 보고 필자의 과거 기억이 떠올라서 글을 써본다.

 

누군가에게 나의 경험이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면서도 당시 상황에 대한 간접 경험을 제공해보려 한다. 

한 번도 공개적인 곳에 올려본 적이 없는 회상이다. 당시에 혹시라도 손해를 본 분들에게는 본의는 아니었지만 죄송한 마음이 있다. 

 

필자는 소위 주식으로 먹고사는 업종 종사자가 아니고 일반 직장인 개인이라는 점을 먼저 말해둔다.

 

주식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주식을 잘하는 다른 사람은 지금 무슨 종목을 들고 있는지, 어느 타이밍에 어떤 종목을 사는지' 등을 무척이나 궁금해할 것이다.

 

방송에 나오는 전문가들끼리 수익률 대결을 한다는 다양한 형태의 프로그램들이 있는데 대부분 실제 거래가 아닌 장중 최고가를 기준으로 수익률을 측정하고 여러종목 찍어서 마이너스 종목들은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보니 신뢰를 할 수가 없다. 그리고 개미들 입장에서는 방송 탄 종목 건드렸다가는 낭패를 보는 경우가 확률적으로 훨씬 높기 때문에 실제 거래에 도움이 되는 정보가 아니다.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수익율 대결 플랫폼의 대명사는 두나무에서 운영하는 증권플러스이다.

처음 이 서비스가 나왔을때만해도 두나무가 이름 없는 별거 아닌 회사였는데.. 지금은 뭐 어마어마한 회사가 되었다;

이때 비상장 주식이라도 사뒀으면 인생이 달라졌을텐데..

 

증권플러스 실전랭킹 화면

 

이미지를 넣으면서 보니.. 9만 5천 프로 저분은 도대체 뭐지 싶다. 말 그대로 금손.

 

이 플랫폼의 수익률 계산식은 무척 복잡하여 설명이 어려운데 개개인의 원금과 입출금 내역을 알 수 없는 시스템의 한계가 있다 보니 약간의 요령으로 수익률을 뻥튀기할 수 있는 요령이 있기는 하다. 자주 사고팔면 수익률에 유리했고 소액을 넣고 물렸을 때 고액을 물 타서 바로 빼면 수익률 손실이 거의 없는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금손 저분이 그렇다는 것은 절대 아니고.

 

주식에 자신 있던 필자는 바로 랭킹 시스템에 등록해서 수익률 대결에 뛰어들었다.

 

이 서비스의 최대 문제는 주식이 체결된 내용이 증권사에서 문자로 날아오면 그걸 잡아내서 시스템에 등록시키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100주를 매수 걸었는데 50주만 체결되거나 하는 부분체결이 되거나 연속해서 빠르게 매수 또는 매도를 하는 경우 문자가 누락되어 저 시스템에 들어가지 않는다. 이게 나중에 골치 아픈 게.. 어느 날 보면 이미 다 팔고 없는 종목들의 주식이 자잘하게 잔뜩 남아있는 것으로 되어있어서 잔고가 무척 지저분해지며 수익률이 꼬인다.

이때마다 HTS에서 실제 거래한 내역을 정리해서 이메일로 두나무로 보내주면 정리를 해주곤 했는데 말도 못 하게 귀찮은 일이었다.

 

잡설이 길었는데 결과적으로 약 1년간 저 시스템에 있으면서 평균 3천만원 이상의 주식 잔고를 유지하는 '큰손' 카테고리에서 2위까지 올라갔고 전체에서는 10위 왔다갔다 했었다.

이상한 꼼수 거래는 하지 않았다. 실거래내역이 전부 오픈되다 보니 엄두도 안 냈다.

수익률 차트가 약 1년간 한번의 굴곡도 없는 완벽한 상승 추세여서 시간이 더 있었다면 무난히 더 오르긴 했을 것이다.

10위 안으로는 워낙 소액 단타꾼들이 엄청난 수익률로 상위권에 있어서 그 사람들까지 잡기엔 쉽지 않았을 듯도 하지만..

 

이러던 와중에 새로운 수익률 대결 플랫폼이 등장했는데 월스트릿파이터라는 앱이었다.

 

일반인 리그와 프리미어 리그를 분리해서 운영했는데 프리미어 리그로 들어가려면 이쪽 업계 종사자임을 증명하거나 일반인 리그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면 심사(?) 후 이동할 수 있었다.

프리미어 리그에 들어가면 본인을 팔로우하는 사람들에게만 매매내역이 실시간 오픈되며 프리미어 리그의 팔로우는 유료였다. 이때 유료 결제한 금액을 회사와 해당 트레이더가 나눠가지는 수익 구조다.

 

이 플랫폼의 광고 카피는 '고수의 투자를 따라 해라'였다. 현란한 혀만 가진 전문가들 말고 실제 계좌 까고 거래하는 트레이더를 따라서 거래하라는 것이었고 지금 들어도 혹할만한 괜찮은 서비스다.

 

필자는 일반인 리그로 들어가서 한 달에 약 60%의 수익률로 1위를 차지하며 회사에 요청하여 전문가리그로 이동했다.

 

월스트릿파이터의 광고 이미지

 

저 광고 이미지에 사용된 아이폰 속 화면은 실제 화면이었으며 1위가 제타go가 필자다.

가입 두 달째쯤 되던 시점인 듯하다.

 

증권플러스에서 사용하던 닉네임이 세타go였는데 유료서비스 플랫폼에 있으면서 무료서비스 플랫폼에 거래 내역을 오픈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이때 탈퇴했다.

 

매년 세금으로만 억을 넘게 내던 상황에서 얼마 되지도 않을 팔로우 수익을 얻기 위해 저 플랫폼에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순수한 마음으로 검증된 전문가라는 사람들과 대결을 하고 싶어서였다.

검증이 되었다고 생각한 것은 그 사람들의 거래내역을 오픈할 수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검증은 된 것이라 봤다.

 

프리미어리그 이동 후 첫 두 달간 월간 수익률 1위를 했고 세 번째 달에는 1위였는데 월말에 일반 리그에서 몇 명이 이동해 오면서 일반리그 월간 수익률을 그대로 인정해 주면서 2위로 밀렸다.

 

이 무렵 이 플랫폼에서 대대적인 제휴마케팅을 하면서 엄청난 가입자가 생겨났는데 신규 회원에게는 초기에 무료 포인트를 많이 줬다.

이 포인트는 트레이더를 팔로우하더라도 트레이더에게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포인트였다.

 

이 당시 필자에게 엄청난 수의 팔로워가 생겨났는데 상식적으로 당연한 것이.. 당연히 수익률 1위를 팔로우하지 않겠나?

 

모든 문제의 시작은 이때부터였다.

 

첫 번째 문제는 필자의 거래가 실제 해당 종목 수급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증권플러스때는 느껴보지 못한 상황이었다. 증권플러스는 매매 내역 오픈이 실시간은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는 주로 중소형주를 거래하였는데 어떤 종목을 매수하면 바로 따라 들어오는 엄청난 수급을 느낄 수 있었다.

보통 이렇게 되면 순간적으로 긴 윗꼬리가 나는 경우가 많고 차트가 이상해진다. 

단타거래도 많고 손절도 비교적 빠르게 치던 필자는 누군가 따라왔다는 것을 아는 상황에서 단타 매도를 치는 게 무척이나 부담스러웠고 더 나아가 손절 자체가 무척이나 힘든 일이 되어버렸다.

 

둘째는 게시판의 반응이다.

한번 손실을 보면 악플이 달리기 시작하는데 수익률이 좋았다 보니 옹호해 주는 분위기가 우세하긴 했어도 악플을 계속 보다 보면 짜증이 나고 신경 쓰이는 건 사실이다.

특히 억울했던 건 리딩을 똑바로 하라는 비난이었는데 당시 필자는 여기 온 것은 리딩 수익을 얻고자 함도 아니었고 실시간 거래를 오픈하는 것이 리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플랫폼에서 내 거래를 오픈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기라는 마인드가 강했는데 팔로워 입장에서는 유료 결제를 한 입장이고 필자를 플랫폼이 고용한 한 사람의 리딩꾼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고 생각되니 딱히 반박하기도 애매했다. 

 

이런 상황이 한 달쯤 지속되자 자신도 모르게 점점 거래하는 종목들의 특징과 매수 매도 타이밍이 달라지게 되었다.

종목 선택 시 거래량이 충분히 나오는 종목만 보게 되었고 매수를 분할로 들어가지 않고 한 번에 사게 되었다. 소량 매수했을 때 추격해 들어오는 물량 때문에 정작 필자가 매수를 못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손절도 빠르게 못 치고 거래가 질질 끌리기 시작한다.

 

엎친데 덮쳐서.. 필자에게 지옥의 장이 펼쳐졌다.

당시 북한과 우호적인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대북테마가 강하게 형성된 것이다.

필자는 애초에 북한 자원을 우리나라가 가서 개발하여 수조 원의 이득을 얻고 철도와 도로, 인프라 등을 깔아주고 하면서 통일의 길로 가는 것은 결국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려도 버틸 수 있는 종목을 사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기에 이쪽 테마주는 가급적 피해서 거래를 하기 시작했는데 당시 증시를 기억하는 분들은 알겠지만.. 상상이상으로 광풍에 가까운 테마였고 관련주들이 엄청난 폭등을 한다.

 

변동성도 상당했는데 여기서 필자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테마가 너무 강하다 보니 가끔 일부 종목을 건드리기 시작했는데 장기적인 확신이 없다 보니 조금만 떨어지면 손절을 치는 상황이 무한 반복된 것이다. 

 

이 무렵 자신감이 완전히 꺾였고 투자 원칙이 무너졌다.

수익률이 나빠지면서 악플에 더 민감해지고 견딜 수가 없어서 결국 월스트릿파이터 서비스를 탈퇴하게 된다.

이 당시 필자의 매매를 따라한 사람이 있다면 상당한 손실을 봤을 것이다.

당시는 필자도 손실을 크게 본 상황이라 다른 사람 걱정을 할 여유가 없었지만 지나고 나니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여기서 얻은 교훈은 다음과 같다.

 

첫째는 본인이 투자를 잘한다고 생각했을 때 굳이 남들에게 떠벌리고 나대지 말자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남들에게 내가 좀 할 줄 안다고 떠벌리고 다니는 사람들은 가짜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둘째는 주식에 관심이 많을수록 투자 원칙을 지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누구나 그럴듯한 원칙을 가진다. 오링을 겪기 전까지는.

물론 수많은 종목을 분산 투자하는 등 안정성을 가진 투자를 하는 상위의 투자자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원칙이 깨지는 가장 큰 이유는 매일매일 시장 분위기를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종목만 빼고 폭등하는 장을 며칠 보고 있으면 견디기 어렵다. 나와 생각이 다른 이들의 주장이 그럴듯하게 느껴지고 나의 신념에 균열이 발생한다. 매일매일 시장을 체크하는 것은 독이 될 수 있다. 

 

셋째는 버는 것은 긴 세월이 필요하고 날리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것이다.

지키는 투자를 해야 한다. 1,000,000%를 벌어도 100%를 잃으면 끝장이다.

잃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안 된다. 투자를 하던 중 잃는 게 익숙해지는 느낌이 든다면 일단 멈춰야 한다.

 

이 글을 보는 본인이 초보라고 생각하는 주식 투자자들에게는 주식 투자 관련하여 꼭 이런 조언을 하고 싶다.

 

1~2년 이어질만한 큰 흐름의 테마를 타는 투자가 확률이 좋다. 큰 흐름의 테마는 본인이 투자하기에 이미 늦은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도 절대 늦은 것이 아니다. 일희일비하지 말고 쭉 끌고 가면 된다. 문재인 정권 초기 대북 테마나 코로나 시절 진단키트, 미국의 양적완화 시작 시 지수 투자 등은 최근의 큰 흐름의 투자로 아주 좋은 사례였다.

초보자도 쉽게 예측이 가능하면서도 별다른 변수가 없는 테마였다. 

 

전기차나 환경 테마처럼 시기를 타지 않고 마치 영원히 갈 것 같은 테마는 장기 투자자를 위한 테마이고 일반적으로는 좋은 테마가 아니다. 어떤 업종이 너무 잘나가면 전세계가 반드시 너도나도 뛰어들게 되는데.. 우리나라 반도체 급의 압도적 초격차를 내지 못한다면 자칫 업종 전반에 불안감이 생기면서 주가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때 태양광 관련 테마를 생각해 보면 된다.

최근 관련 섹터가 상당히 올라서 고점 부근인 종목이 많은데 이런 위치에서 들어가기는 부담이다. 

큰 웨이브가 나온다면 하단에서 잡는 것은 나쁘지 않다.

 

다른 종목들 떨어져도 내 종목은 오를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다. 기본적으로 증시 전체가 오르는 상승장을 골라서 타는 게 좋다.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전문가의 의견을 보는 것은 자유지만 절대 그들이 추천하는 종목을 사지 마라.

그 종목 추천을 들은 사람이 10만 명은 된다고 생각하면 사고 싶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 미리 사뒀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더욱 사기 싫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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